츄릅

윤유나 - 2025년 가을호

2025-10-30

츄릅

 

 

 

 

윤유나

 

 

 

 

유리창에 부딪히다

때리다 터지다

번지다 액체가 말라붙는다

달리다 튀어서

비가 내린다

 

풍경 츄릅

 

여기는

구덩이의

뇌 같다

 

인간이 모르는 동물 몸의 쓰임새로

이어붙임

종잇장에

동시에 날아와

앉았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자유가 싱숭생숭해

 

수선집 간판을 읽는다

안에 식당 테이블이 놓여 있는

가정집

그건 낮이 길어질수록 인간들이 바깥을 쏘다닌다는 파충류들 이야기

 

츄릅

가질 수 없는 이야기

혹시 모를 이야기

집 밖으로 소리가 쏟아지는 이야기

 

삼켜버린 이야기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서 버린 하지 이야기

 
 

 

  

  윤유나 시인

  2020년 『하얀 나비 철수』작품활동을 시작

  산문집 『잠과 시』, 시집 『삶의 어떤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