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좀 내버려 둬
오세영 - 2025년 겨울호
2025-10-29나 좀 내버려 둬
오세영
그도 외로웠던 것일까?
며칠 전 수인사를 나누면서
다만 명함을 주고 받은 것 뿐인데
아차
다음날부터 내게 거의 무차별적으로
보내오는 카톡.
차단해도 소용 없다.
인정사정 없다.
물 불을 가리지도 않는다.
자신이 썼다는 시,
이렇게 저렇게 살라는 설교,
어떤 정치인을 지지하라는 선동,
알고 싶지 않은 자신의 사생활에 대한 보고와
내가 경멸하는 그 누구를 그것도
황송스럽게 만났다는 자랑,
어법도 맞춤법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그 싸구려
구문構文의 글 한 줄을 던져
나를 낚으려 한다.
내 일찍이 말이란 사람과 사람을 맺고 엮는
실타래라 했거늘
그 카톡 정녕,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 대는 나를 향해
그가 던진 낚시 바늘임이
틀림 없구나.

오세영 시인
1965-68 박목월에 의해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시집 :『사랑의 저쪽』,『바람의 그림자』
학술서:『시론』,『한국현대시분석적 읽기』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