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근처 민박집에서 본 밤하늘

이건청 - 2025년 겨울호

2025-10-29

  DMZ 근처 민박집에서 본 밤하늘

 

 

  이 건 청

 

 

  도시에선 안 보이는

  은하의 별를 찾으려고

  이 나라에서 밤하늘

  제일 깜깜한 곳 찾고 찾아

  DMZ 인근 민박집엘 갔었네

  1953년 7월 27일

  휴전으로 전쟁 멈춘지 72년인데 아직

  산등성이 곳곳 지뢰 경계 표지,

  구멍뚫린 녹슨 철모

  삭아버린 탄피

  아직도 수습되지 못한 백골白骨들을

  산등성이 위 총총 별떨기가

  안아주고 있었네

 

  다시 귀 기울여 들어 보니

  DMZ 인근 민박마을 하늘엔

  초속 30만km 빛의 속도로

  250만 년을 달려온 은하의 별빛이

  화살머리고지*능선

  울창해진 숲을 깊게 깊게 비춰주고 있었는데

 

  왕귀뚜라미, 여치, 베짱이, 방울벌레, 철써기…

  작은 벌레들이 옛 전적지 흙에 엎드려

  검거나 푸른 날개로

  가슴의 울음판을

  일심으로 두드려내는 울음의 합창이

  은하수 하늘 향해 솟구쳐오르고 있었네.,

 

* 화살머리고지: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 소재 281m 낮은 산. 1953년 7월 27일 휴전을 앞둔 2주간의 전투에서 아군 전사자 400여명, 적군(중공군) 전사자 1300여명과 상당수의 부상자등 막대한 사상자를 낸 격전지

 

 

 

 

 

이건청 시인 

1967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열아홉개 섬과 암초들을 부르는 시』 『실라캔스를 찾아서』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