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 국가

오 은 - 2025년 겨울호

2025-10-29

  부족 국가

 

 

  오 은

 

 

  부족이 모여 국가를 이루었다

 

  일가를 이루겠다는 일념으로

  한집안인 양 끈끈하게

  하루가 백날이 될 때까지

  일하고 또 일했다

  한평생을 일평생처럼

 

  그때 세상살이는 덧셈이었다

 

  예산은 밤낮없이 부족했고

  일정은 오나가나 촉박했다

 

  그것뿐이던가

 

  허기가 지고

  일손이 달리고

  사랑은 결핍에 시달렸다

  아이디어 기근에

  일관성 결여로

  궁함은 무궁함과 손잡았다

 

  그때 세상인심은 뺄셈이었다

 

  잠이 모자라고

  장사 밑천이 짧아서

  의지는 박약해졌다

  투자가 미비하고

  토대가 부재해서

  상상력은 빈곤해졌다

 

  기름 부족 물 부족 돈 부족 시간 부족 수면 부족……

  부족은 귀신같이 또 다른 부족을 데려왔다

 

  재(才)부족을 역(力)부족이 끌고

  지(知)부족을 기(氣)부족이 받들어

  태부족 국가가 되었다

 

  그때 풍진세상은 곱셈이었다

 

  없어서

  아쉬워서

  불충분해서

  부족은 꿈을 발명했다

 

  아무리 쪼개도 일이 일인 것처럼

  꿈은 터지기 일보 직전의 물거품이었다

 

  그때마다

  세상만사는 끝나지 않는 나눗셈이었다

 

 

 

 

  

   오 은 시인

  2002년 『현대시』등단

  시집 『없음의 대명사』, 『나는 이름이 있었다』 등.

  박인환문학상, 구상시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대산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