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메리카

정윤천 - 2025년 겨울호

2025-10-27

  나의 아메리카

 

 

  정윤천

 

 

  인덕션의 불빛이 쇼윈도어의 조명처럼 아름다운 밤이었어

 

  윗옷을 벗어 벽에 걸어 놓고 앉아서

 

  깡통 맥주가 어울리는 밤이었지

 

  안주를 덥힌 냄비의 밑받침을 꺼내려던 참이었는데

 

  원주민 같은 게 말이야

 

  파리채를 찾아 도끼처럼 내리 찍었지

 

  타임이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아 빗맞은 거야

 

  빛나는 검은 등껍질의 바퀴벌레 한 마리는 말이지

 

  젊은 아내와 어린아이들이 사는 집까지 무사히 돌아갔을까

 

  늙은 추장이 기다리는 마을 앞까지 말이야

 

  나의 주방

 

  아니지 나의 아메리카에서 말이야.

 

 

 

 

 

  

  정윤천 시인

1990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1991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 :『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흰 길이 떠올랐다』 등

시화집: 『십만 년의 사랑』. 시선집 『그린란드 바닷가에서 바다표범이 사라지는 순서』 등.

지리산 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