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Swamp)

김원중 - 2025년 겨울호

2025-10-27

  늪(Swamp)

 

 

  김원중

 

 

  도쿄 신주쿠에 늪이 있다는 것을 혹시 아시는지요?

 

  이 늪도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거기에 전신이 다 빠져드는 뻘이나 진창이 있지는 않습니다. 이 늪에는 가장 먼저 여러분의 코가 그 다음에 혀가 빠져 코는 벌름거리고 혀는 춤을 춥니다. 미처 몰랐던 세포들이 깨어나 사방으로 질주합니다.

 

  햇볕 따사로운 곳에서 자란 커피들이 모여 저마다의 맛과 향기로 춤을 추며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온갖 꽃들과, 과일, 너트의 향기와 쓰고 달콤하고 신맛이 함께 어울려 야단법석입니다. 만 리 길 노고가 한 모금에 사라집니다.

 

  지상에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황홀입니다. 어쩜, 당신과도 견줄 수 있을 듯 합니다.

 

 

 

 

 

 

  김원중 시인

  2006년 <문학과 사회> 작품활동

  시집: 『문인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