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만드는 사람

유미애 - 2025년 겨울호

2025-10-27

  새를 만드는 사람

 

 

  유미애

 

  

  오래전 돌이 된 여자를 그는 알고 있다 

  석공은 돌의 침묵을 훔치는 사람, 퇴적층을 뚫는 난청의 시간을 사랑했으나 깃털처럼 파닥이는 그녀의 웃음소리를 놓쳤다 연장을 휘두를 때마다 새장을 부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문이 닳은 손은 마음의 눈금을 읽지 못했다

  제 몸의 일부 같은 망치 자루에서 꽃이 핀다면, 여자가 기르던 모이통이 노래를 부른다면 우주가 잠깐 숨을 멈추고 꽃 지는 쪽을 바라볼까? 연못가를 떠난 적 없는 돌이 일곱 하늘을 품은 알처럼 뜨거워질 때가 있다 석공의 망치 소리로 귀를 씻어 온 돌은 경전을 깨우치듯 육신의 잠을 넘겼는지 모를 일, 치마 가득 이야기를 모으며 돌풍을 기다렸을 테지 솟구쳐오를 발자국을 위해 모이통을 비웠을 거야 추락의 무늬마다 슬픔의 나사를 조였겠지 물과 뿌리의 말 대신 차고 단단한 이국의 언어를 익혀야 했을 테니 

  잡념 무성한 오두막의 어느 저녁, 그의 망치 소리는 새가 날아간 지점에서 멈춰 있었다

 

 

 

 

 

   

  유미애 시인

2004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손톱, 분홍 당나귀

11회 고양행주문학상, 1회 신격호샤롯데문학상 최우수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