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단백질

안차애 - 2025년 겨울호

2025-10-24

  외로운 단백질

 


  안차애

 


  혓바늘이 자란다

  팔뚝의 뾰루지와 목덜미의 건선이

  무럭무럭 자란다


  뺨 안쪽이 마저 헐어서

  오늘의 통증이 꽃처럼 터진다


  허벅지 안쪽 두드러기가 붉은 점자로 돋아나서
  하루치 병명이 알리바이를 얻고,


  곳곳에 번진 가려움이나 욱신거림이

  먼저 떠난 사람의 얼굴까지 하얗게 지우는 동안,

 

  무중력의 시간을 떠다니는 단백질
  커다란 인형을 등에 업고 밤새 자장가를 부르는 단백질

  안구 건조증을 앓으며 눈물의 벽돌을 쌓아가는 단백질


  몸이 혼자에 가위눌릴수록 단백질이 수군거린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기억하는 세포들이 늘어날수록

  단백질은 발을 구르거나 아우성친다

 

  아무도 모르는 곳의 불꽃처럼

  교감신경을 펄럭이는 단백질

 

  외롭다는 말을 감추려고 

  술잔과 약병을 짤랑거리는, 단백질

 

 

 

 

안차애 시인

200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초록을 엄마라고 부를 때』, 교육도서 『시인되는 11가지 놀이』 등

2014년 세종우수도서, 2022년 아르코 나눔도서, 2025년 미래시학문학상